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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 내 인생 구하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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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 내 인생 구하기

Everly. 2022. 6. 26. 07:51

보통 첫째들은 책임감이 있다는 말이 있다.

나도 첫째 딸이라 그런지, 책임감이 강한 편이었다. 내가 맡은 역할은 늘 열심히 수행하려고 했었다. 팀플을 할 때도 거의 항상 조장을 맡다시피 했었고, 공부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었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블로그에도 몇 번 언급했었지만, 그동안의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심한 번아웃이 찾아왔던 것이다. 처음 번아웃이 온 건 작년 가을~겨울 쯤이었는데, 사실 지금은 번아웃이 왔던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잘 살고 있기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휩쓸고 간 번아웃의 위력은 내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남들처럼 살고는 있는데, 솔직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내가 내 자신한테 갖고 있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뭔가를 할 때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이걸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을 하기가 겁이 났다. 밤만 되면 너무 불안하고 내 미래가 걱정이 되어 잠이 안 오기도 했다.(심할 때는 너무 걱정한 나머지 눈물이 나기도 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가 너무 두려웠다.

 

난 열심히 살고 있는데도, 왜 그런 건지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다. ‘자기 확신을 하는 법’, ‘자신을 믿는 법’ 이런 걸 검색해보기도 하고 자기계발서도 읽어보고, 자기계발 유튜버의 이야기도 들었지만 일시적인 효과였다.미라클 모닝, 꾸준한 운동, 끈기있게 공부도 해봤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어느 날 밤에도 너무 미래가 불안한 나머지, 내 마음을 달래줄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다가 ‘글토크’ 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이 유튜버분이 자신이 엄청 불안했을 때 잘 읽었다는 책이 바로 ‘내 인생 구하기’ 라고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보다가 깨달은 바가 많아 소장용으로 구매했다.

 

처음에는 이 책도 다른 자기계발서처럼, 자존감을 높이려면 뭘 하라는 그런 조언을 해주는 건 줄 알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능력을 키워라~ 그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뭐 이런 류의 조언들.. 그래서 이런 조언이 보이면 바로 책을 덮고 반납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뻔한 소리를 안 해서, 정말 고마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자신에게 문제가 있지 않다는 것을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었다. 나의 인생을 구해 준(주고 있는! 현재진행형💪) 고마운 책을 소개한다.

 

내 인생 구하기: 삶을 마냥 흘려보내고 있는 무기력한 방관주의자를 위한 개입의 기술
- 개리 비숍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20)

2022.06.22 완독

 

나처럼 자신감이 없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에 얽매여 산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가 자존감이 낮아진 이유, 내가 지금 내 삶을 방관만 하고 있는 이유.. 과거로 되돌아가 회상을 해봤을 때 그 원인은 다 과거에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한탄했던 것 같다. 기숙사에 억지로 들어가서 코고는 룸메 때문에 잠을 못자서 번아웃이 생겼었지.. 내가 더 좋은 환경에 있었더라면.. 그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등의 이런저런 후회들. 

하지만 이 책에선 분명하게 말한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고.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과거의 자신에게 피해를 준 누군가를 절대 원망하지 말라고 한다.

(p.84) 살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나만 꼽자면,
그것은 인생이 그렇게 된 데에 ‘그 누구도(자신을 포함해서)’ 원망하지 않는 것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내가 그동안 생각을 잘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원망은 하지 말자. 원망을 한들,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나를 아프게 한 그 사람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나의 잘못된 선택을 되돌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그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과거는 과거 그대로를 “인정”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책을 읽다가 잠깐 덮고, 빈 공책에 나의 과거를 써보기 시작했다.

작년의 내가 번아웃이 오게 된 원인, 과정, 그리고 내가 겪고 있는 결과들. 이 결과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었는지도. 그 이후의 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했었는지도 적었다.

그렇게 적고 보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인생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룸메가 코를 골아서 잠을 못 잤다면, 나는 그 때 기숙사를 나갈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엄마가 강요를 했어도 내 뜻대로 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더라도 나는 언제든지 퇴사를 할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내 선택이었다. 그 때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인생을 내가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냥 엄마가 계속 다니라고 하니까. 안정적인 게 좋으니까 그랬던 것 뿐이다. 한 마디로 나는 내 인생이 그저 멋대로 흘러가도록 보고 있었을 뿐, 내가 내 인생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이런 진실을 깨닫고 나자 좀 더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 인생을 멋대로 휘두르게 두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내 인생을 잡고, 내 뜻대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내가 책에서 봤던 또 하나의 인상깊은 구절은 이것이었다.

(p.191) 미켈란젤로가 남긴 작품 중 높이 5미터, 무게 6톤의 다비드상이 있다.
그런데 미켈란젤로는 대리석을 깎아 조각상을 만든 것이 아니라, 대리석 덩어리에서 ‘다비드’가 아닌 것을 모조리 제거하는 방법으로 조각상을 완성했다고 한다. 즉, 미켈란젤로의 머릿속에서 다비드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도 정말 놀라웠다. 나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로부터 내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처럼, 반대로 생각해야 발전할 수 있다.

 

바로 ‘끝에서부터 생각하는 것’ 이다.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 모습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채우고 필요없는 것들은 버리는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나가는 거다.

 

책에서의 조언을 토대로 나는 내가 이미 미래의 내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나에게 ‘미래에서 온 편지’를 써 보았다. 처음에는 좀 어이가 없기도 하고, ‘미래 모습을 내가 어떻게 알아!’ 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재밌었다. 2시간 정도 투자해서 썼던 것 같다.

 

놀라웠던 것은 미래의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었다. “너가 가는 방향은 틀리지 않았으니 당장은 결과가 없더라도 너무 상심하지 마.” 그리고 “넌 절대 혼자가 아니야.” 라는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미래의 내가 어떤 삶을 살지도 아직 모르는데 어떻게 이런 조언이 나오는지 편지를 쓰면서도 신기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지금 이렇게 깨달은 것도 한달 두달 지나면 까먹어버릴지 몰라서, 또 자기 전에 불안함으로 잠에 들지 못할 때 꺼내 읽으려고 한다.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사실 이번 서평은 올릴까 말까 좀 고민을 했다. 내 블로그이긴 하지만, 나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는 분이, 혹시 내 글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고, 그런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서평을 올렸다. 

 

그리고 이런 분들께 과거를 인정하는 것, 미래 편지를 써보는 것도 강추한다. (쓰기 전에는 오글거린다 싶은데, 막상 해보면 또 달라질 것이다. 맹세코 😊)

좀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나의 남은 인생을 구하는 데 2-3시간이면 적은 편 아닐까? 그러니 쉬는 날, 꼭 투자해보길!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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