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는 바이브컴퍼니(구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인 송길영으로, 소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마음을 읽고 해석하는 일을 하기에 자신을 ‘마인드 마이너(Mind-Miner)’ 라고 소개한다. 송길영님은 이전에도 소셜 데이터를 분석하며 트렌드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썼기에 이름이 익숙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데다 저자가 나와 같은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기에 당연히 읽어야겠다고 생각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 :)
그냥 하지 말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세지다
- 송길영 지음, 북스톤(2021)
이 책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명하는데,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10년 전의 분석 자료를 다시 보니 ‘부끄러운 10년’이었다고 했다. 그때 당시엔 자신 있게 만들어낸 자료가 지금의 눈높이로 보면 모자라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우리가 알게모르게 정말 빠르게 발전하고, 우리 또한 이 흐름에 맞춰 발전해나가고 있다. 다시 10년이 지나 오늘을 바라보면 또 ‘부끄러운 10년’이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이러한 빠른 발전은 우리 사회가 “성장”하는 것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안 그래도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노동력이 기계로 대체되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도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더 많은 기술을 배우려 하고, N잡을 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되지 않을까 싶어서, 비단 취업준비생뿐 아니라 직장인들까지도 원데이 클래스나 패스트캠퍼스 같은 온라인 강좌를 통해 자기 분야가 아닌 기술(ex. 바리스타, 코딩, 영상 편집 등)을 배우는 등 수많은 스펙을 쌓고 있다.
저자는 이 현상을 소개하면서 중요한 것은 많은 일을 얕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전문적으로 잘 해서 나 자신을 브랜딩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전에는 기술을 조금만 알더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 기술을 탄탄하게 전문적으로 갖춘 사람만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직업뿐만 아니라, 개인 브랜딩을 하는 데에도 그 일을 전문가만큼 잘 할 줄 알아야 한다. (유튜버들만 봐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사람은 그걸로 브랜딩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 뷰티 유튜버, 곤충 유튜버, 자기계발 유튜버 등)
이제는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사람이 아니라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전문가가 더 우대받는 세상이 되었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비슷한 이들이 모여 돕는 게 아닌 어벤저스처럼 이미 완성된 이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전문가는 학력이나 이력, 경력을 내세우는 전문가가 아니며, 단순한 덕후도 아닙니다.
근본이 있고 애호와 전문성을 갖추며, 자신을 브랜딩할 수 있는 개인들이 살아남을 겁니다.
깊게 하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깊게 하면 오래 하게 되고, 자연스레 역사가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을 믿고 지지해줄 팬덤이 생기죠. 그게 곧 브랜딩입니다.
- 책 속에서 (p.281)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의 우리 사회에서 달라진 점을 소셜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그렇기에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다양한 주제까지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데이터 분석이 복잡하고 거부감(?)이 느껴지는 분들도 쉽게 "요즘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이런 거구나!" 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트렌드를 보다보면 이전과 오늘날이 아주 달라졌음을 느끼지만 사실은 놀랍게도 예전에 있었던 일의 반복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를테면 미래에 대한 여러 질문을 받는데, 회사생활이라거나, 브랜딩을 궁금해한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이런 질문이 시기마다 다들 비슷비슷하고, 심지어는 이전에도 궁금해했고 이를 전문가들이 해결해놓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도 공감하는 게 있다. 나는 작년 8월에 처음 집을 구하면서 전세, 월세 사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방지하고자 검색을 많이 해봤는데, 재밌는 건 몇년 전에도 부동산 사기를 당한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또 사기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특정 때에 뉴스로 사기당한 사람들의 비슷한 이야기가 매년 나온다.
부동산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계약해야 하는 상황은 매년 생기기에, 이미 사기를 경험해본 사람들이 사기 대비 방법을 남겨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역시 인류는 언젠가는 사망하기 때문에 글이나 다른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 자신이 터득한 비법이나 지혜가 있으면 이걸 널리 전달하자. 당장은 사람들에게 필요가 없더라도 미래의 누군가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이팅게일의 로즈 다이어그램을 보고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렇게 전달해야 하는구나! 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최근 굉장히 핫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앞으로 개인의 데이터를 한 군데에 모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다양한 데이터를 얻게 됨으로써 개인에 대해 발견할 수 있는 인사이트가 무궁무진해진다.
예를 들어 보험이 필요 없어질 수도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어 유방암 발병률이 매우 높다면 보험 가입을 거절한다. 반대로 이 돌연변이가 없다면 유방암 발병률이 아예 0이므로 보험에 들 필요가 없다. 사실 보험이라는 것은 확률의 게임이다. 그럴 가능성(확률)이 얼마인지 모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인데, 이런 서비스로 인해 확률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면 굳이 보험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정말 재밌지 않은가?
정답이 없어진 사회, 내가 정답이 되자!
저자가 커뮤니티 데이터를 분석하다 보니 자주 등장한 단어가 ‘평타’라고 한다. 최근에는 ‘국룰(국민룰)’ 이라는 단어도 생겼고.. 이런 단어가 왜 생기나 봤더니, 살면서 다른 사람보다 잘나긴 어렵지만 못나기는 싫어서 딱 평균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뭐를 해도 다 커뮤니티에 물어본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평타 가능?”, “이렇게 하는 게 국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회가 너무 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모르니 ‘평타, 국룰’ 같이 정답을 정해주었으면 한다는 것. 자신의 생각대로 사는 게 아니라 남의 눈치를 보고 남들이 그렇다는 걸 자기도 따라가려는 심리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정답이 없고, 앞으로도 없어질 것이다. 이제 AI가 웬만한 낮은 수준의 인간의 일은 다 대체해버리니 우리는 “우리의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여기서 내 것을 찾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한다.
- 첫 번째. 플랫폼 소유주가 되는 것(Platform Provider)
- 두 번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것(Creator)
즉 내가 직접 플랫폼을 만들든가, 자신의 분야의 전문가인 크리에이터가 되라는 것이다. 두 방법 모두 자기 분야에서 1등이 되어야 성공하는 것이기에 어떤 분야이든 어렵다.
그래도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첫 번째보단 두번째로 성공확률이 높으니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책의 부제처럼 “당신의 모든 것이 메세지”가 되었다. 여러분이 남긴 기록(콘텐츠)이 결국 우리를 설명해주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 ‘그냥 하지 말라’인 것을 보고, 처음에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제목을 이해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냥”은 하지 말라는 거다. 남들 하는 거 다 따라하거나 무의미한 스펙 쌓기에 열중하지 말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그 방향으로 열심히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변하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 또한 재능인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과거, 현재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미래까지 통찰력있게 풀어내는 저자의 글솜씨에 감탄했다. 책의 내용이 읽기가 쉽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는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나의 경우 저자와 같은 데이터 분석을 하는 사람이기에 결과를 스토리텔링식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데, 이 책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에서 감명을 받았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어떻게 쉽게 전달해야 하는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책을 읽고 포인트를 잡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Life >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인과의 소통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한 책, <어른의 대화법> (2) | 2022.04.17 |
---|---|
항상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 <시간을 찾아드립니다> (2) | 2022.04.12 |
20대, 인생의 방향이 고민될 때 -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너에게 (0) | 2022.04.07 |
<제로 투 원>, 창업에 앞서 '이 질문' 해보셨나요? (0) | 2022.04.05 |
너무 열심히 하는 게 문제일 수 있다니 - 성장을 꿈꾸는 너에게 (5) | 2022.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