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은 여행
: 정혜윤 지음, 북노마드(2021)
이 책은 올해 1월쯤 읽기 시작한 책인데, 정말 오랫만에 이렇게 늦은 서평을 올린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잠실의 한 북카페인 '하우스서울' 에서였다. 이 곳은 독립서점이기도 해서 카페지만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당시의 나는 몇 달간 회사생활에 열중하고 있었고 잘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오는 뿌듯함과 칭찬도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사회초년생이기에 듣는 꾸지람도 있었고, 직장에서의 대인관계 스트레스도 함께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내 시간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과거의, 어떤 울타리 속에도 들어있지 않던 이전 시절(2022년 상반기)을 떠올리니 그 때의 마음가짐과 지금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져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혼자서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가끔 대학교를 다니며 알게 된 지인들도 만나러 다녔고, 미라클모닝도 했고, 운동도 꾸준히 했고, 블로그도 해 나갔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푸른 하늘과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의 난 스트레스로 인해 생활패턴이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엔 늦잠을 자서 부랴부랴 출근하고, 저녁엔 야근하고, 집에 와서는 멍하니 휴대폰만 보다가 씻고 1시쯤 잠드는 삶. 내가 정말 싫어하는 그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주말, 나의 친한 친구인 S와 C와 함께 이 카페에 들렀다. 그날따라 너무도 카페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로 자기계발서나 재테크 책에만 관심이 있던 나에게, 너무 오랫만에 누군가가 진솔하게 쓴 ‘에세이’를 읽어 보았다. 자기계발서처럼 의욕이 샘솟거나 하진 않았지만, 읽으면서 그냥 너무너무 편안했다. 그녀가 쓴 글 한 문장 한 문장에 너무 공감이 되었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들어 있는 그녀가 예쁘게 꾸민 집 사진들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엽서가 있다면 사고 싶을 정도였다.)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작가님의 인생을 대하는 마인드였다.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보내고, 스스로 돈을 만들어내는 삶은 내가 정말 바라왔던 삶이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작가님이 멋졌고, 이 책은 어떻게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써내려간 책이었다.
책의 내용은 세 번의 ‘독립’으로 구성된다. 1년 동안의 여러 계절을 거치며 작가님이 해낸 독립들이다.
- 겨울: 오래 만난 남자 친구와의 독립. (이별)
- 봄: 오래 살았던 본가에서의 독립. (자취)
- 여름: 오래 다녔던 직장에서의 독립. (퇴사)
- 가을: 홀로서기.
그녀는 세 번의 독립을 겪고 결국은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이별할 운명이며, 그래서 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렇다. 고통은 영원하지 않다.
아무리 고통이 끝날 거 같지 않더라도 고통은 반드시 언젠가는 끝난다.
저자는 겨울에 남자 친구와 이별을 하며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결국 이겨냈다. 어머니와 오래 살았던 집과도 이별하며 아쉬움이 남았지만, 결국 더 좋은, 자신에게 딱 맞는 집을 찾고 꾸밀 수 있게 되었다. 그 집에서 해낸 여러 가지 성공한 프로젝트도 덤이다. 잘 맞지 않는 직장과도 이별했기에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것을 보면, 이별이 무섭다고 잘 맞지 않는 관계를 계속 지속시켜 나가는 것 만큼이나 바보같은 짓은 없는 것 같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 가족, 집, 직장이 있다면 얼른 끊어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이 세상엔 나와 맞는 것들이 있을 건데 지금 당장 이것들이 주는 혜택 때문에 억지로 참고 있다면 정신적으로 힘들기밖에 더 하겠는가.
끊어낸다면 당장은 고통스러운 일들이 있겠지만 고통은 언젠가 끝나고, 더 좋은 관계가 나타날 것이다. 이건 정말 진리인 것 같다.
이 책의 또 좋은 점은 독립 관련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저자가 갖고 있는 톡톡한 생각이 책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다. 몇 가지 공유하고 싶은 구절을 포스팅에 담아보았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나만의 독립적인 취향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굳이 유행한다고 해서, 혹은 저 사람의 것이 예뻐 보인다고 해서 따라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나만의 취향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있다. 나는 남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해서 내가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취향을 담아, 새로 만날 나의 집을 꾸미고, 새로 사귈 사람들을 사귀고, 앞으로 다가올 내 인생을 색칠해 나갈 것이다. 내 마음대로!
불안하고 상처받는 순간이 나에게 찾아왔다는 것은, 돌려 말해서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저 인생이 너무 평탄하고 순조롭게 흘러가고 모든 것이 잘 되기만 한다면 그게 인생일까?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인생이 굴곡지니까 다시 한번 내 삶을 돌아보게 되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살피게 되고, 내 내면(멘탈)이 더 단단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금의 힘든 시간을 위로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생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주게 하는 좋은 책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내 인생에 대해 써내려간 에세이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한번쯤 인생에 대해, 독립에 대해 생각과 고민이 깊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읽으면서 힐링도 되는 책은 정말 오랫만이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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