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유튜브 ‘너 진짜 똑똑하다’님의 영상에서 추천책으로 소개되어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번아웃 초기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25살에 들어간 첫 회사에서도 그렇고, 26살에 첫 정규직으로 들어간 회사에서도 그렇고 항상 번아웃이 문제였다. 나이가 어리기도 했고 또 처음 들어간 회사니까 열정에 불타올라 끊임없이 나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성과를 보여주는 일을 하는 것, 많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를 증명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었다.
그 생각이 문제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나는 왜 많이 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내 생각엔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내린 관습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이전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많이, 열심히 일한 사람들 덕분에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을 이룩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나 또한 어린 학창 시절에서부터 많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그런 생각이 많이 깨졌다. 어찌보면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어렴풋이 많이,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게 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을 하면 할수록 많이 일하고 야근을 많이 하고 하는 것이 나의 생산성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야근이라도 하는 날은 그 다음날 컨디션에도 영향을 주고, 잠을 많이 못 자면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아 불필요한 일을 하게 된 적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엄청 예민해진다. 사소한 것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하지만 잠을 충분히 자고 컨디션도 좋은 날에는 정말 해야 하는 일, 그리고 성과가 날 만한 일을 최소한의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해낼 수 있었다.
이토록 멋진 휴식(Time-off)
- 존 피치, 맥스 프렌젤 지음 / 현대지성(2021)
이 책에 대해 짧게 요약하자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는 더 인간다운 일을 하기 위해 타임오프(time-off)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타임오프란 책 제목에서도 나왔지만 ‘멋지게 휴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집어들어 읽었을 때 내 눈을 가장 사로잡은 문장은 이것이었다.
과로와 중압감 없이도 행복하고 풍성한 삶이 가능하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분들은 나와 똑같이 번아웃을 느끼고 힘들어하고 있는 분들일 텐데,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이나 일에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열심히 일을 하고 바쁘게 살다 보면 과로와 중압감, 그리고 스트레스는 친한 친구마냥 늘 곁에 따라붙는다. 평일에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다가 내게 주어지는 단 이틀의 주말 휴식에 모든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틀로 그 스트레스가 풀릴 리 만무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저 문장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책의 첫 장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일하는 것 만큼이나 쉬는 것은 중요하다. (8시간 일한다면, 8시간은 쉬어야 한다.)
- 밤낮없이 일하지 않아도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다. 남들보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일을 잘하는 게 아니다.
- 여가는 게으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가를 늘리면 일 생산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해야 여가를 잘 쓸 수 있는지”를 모른다.
- 앞으로는 AI가 발달함에 따라 1가지 분야의 전문성이 아닌, 광범위한 넓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창의적으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타임오프는 필수다.)
- 번아웃은 없애야 한다. 분주함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의도적으로라도 만들어라.
이 책에는 다양한 천재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이런 천재들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이 매일 밤낮없이 일만 해서가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특히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예술 쪽 종사자나 기획 업무를 주로 하는 사람들은 그냥 오래 앉아 있는다고 절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타임오프는 필수적이다.
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겠다. 그렇다고 그냥 누워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좋은 쉼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그럼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것일까? 좋은 쉼이란 쉴 때 심신의 긴장이 풀려야 하며,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을 만큼 꽤 까다로운 일이어야 한다. 또한 일에 대해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열중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쉼이다. 이를테면 운동, 작곡,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여행 등이다.
잘 쉬는 방법에 대한 더 세부적인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어보면서 새로운 통찰을 얻기를 적극 추천한다. 정말 좋은 내용이 많았다! :)
내가 즐겨 보는 유튜브 중 ‘희스토리’ 라는 유튜버가 있다. 그녀는 대학원 졸업 후 취업보단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 약 1년 간의 갭 이어(Gap Year)를 갖고 현재는 자신의 커뮤니티 사업을 운영하며 월 약 천만 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 그녀가 일을 하는 브이로그를 올리며 항상 강조했던 것이 있는데, 그것은 미라클모닝으로 일찍 일어나 오전 시간 안에 해야 하는 업무를 다 처리하고, 오후 시간은 푹 쉬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진짜 말도 안된다. 거짓말하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었다. 그때의 나는 직장을 다니며 하루 8시간을 일하기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왜 희스토리님이 그렇게 말을 했는지를 알 것 같다.
그렇다. 단순히 일하는 시간을 줄이자가 아니라, “짧게 일하되, 중요하거나/성과가 나는 일을 집중적으로 하자” 는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은 덜 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것. 나도 워커홀릭인 편에 속하지만, 그냥 “일”을 많이 하는 것은 나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가장 즐겁게 해낼 수 있는 일은 “가치 있는 일” 이었다. 그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그 일로 인한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알고, 내가 어떤 점을 기여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일. 누가 와도 매뉴얼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 일의 목적을 분명하게 알고 큰 그림을 그려 하나씩 수행해나갈 수 있는 일. 나는 그런 일을 원한다.
간만에 내 생각의 방향성을 전환시킬 수 있는 즐거운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힘들었던 야근을 점점 덜 하게 되었고 업무 중간중간마다 리프레쉬 시간을 종종 가졌으며 (혹은 가끔 연차를 내기도 했다) 일뿐이었던 내 하루에 내 삶을 돌보는 시간도 채워 넣기 시작했다. 덕분에 번아웃이 또 오려고 했을 때 이 책 덕분에 잘 막아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번아웃으로 인해 고민 중이신 분들께 강추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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