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여행지로 많이 소개되는 ‘도쿄’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잘 못 가게 된 상황이기도 하고, 나는 평소에 바깥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장소를 가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이 더 끌렸나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도쿄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도쿄에 있는, 사업적으로 성공한 장소를 소개하고 어떻게 성공하게 되었는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제시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일본의 문화, 분위기, 관광지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더 즐겁게 읽었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 이동진 외 지음, 더퀘스트(2017)
최근의 나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관심갖기 시작한 것도 올해 초부터였으니 정말 관심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기업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을 뿐, 회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더 나아가서 내 회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는 정말 상상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 관찰력이 이전보다 더 발전한 것 같다. 이제는 이 회사의 수입원은 무엇일까? 이 회사는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걸까? 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획기적인 모델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고, 하나 더 배운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나의 사업을 구상한다면 이를 활용해 어떻게 발전시켜 볼 것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참, 그리고 책 제목에 ‘퇴사준비생’ 의 ‘퇴사’는 우리가 아는 그 퇴사가 맞다. 지금은 회사에 속해 있지만, 언젠가는 회사 밖을 벗어나(혹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생각하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일부러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고 한다. 퇴사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취업준비생처럼 퇴사’준비생’ 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추상적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 책에 나와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로 소개를 이어가보자.
이 책에서는 도쿄의 여러 성공한 사업들을 5가지로 유형화해 구분하고 있다.
- 발견 :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발견한다.
- 차별 :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 효율 :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한다.
- 취향 : 고객의 딥(deep, maniac)한 취향을 사업화한다.
- 심미 : 보기에 좋으면서도 의미가 담긴 디자인을 사업화한다.
성공한 사업은 이렇게 5가지 유형의 비즈니스 가치를 발굴하여 성공에 이를 수 있었다.
1. 발견
발전이 없을 것 같은 산업, 이미 포화상태라고 여겨지는 산업 속에서도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발견하여 사업화해 성공을 거둔 사업체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챕터.
* 시루카페: 카페는 이미 너무 많다. 하지만 커피를 0원으로 파는 카페는 없다. 시루카페는 커피를 공짜로 파는 대신, 고객을 손님이 아니라 기업으로 돌렸다. 즉, 인근 명문대학 학생들에게는 공짜로 커피 및 카페 이용을 지원하는 대신, 이 학생들을 채용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후원료를 받는 것이다.
일본 대기업은 신입사원 1명을 채용하는 데 약 200만원을 쓴다고 한다. 온라인 채용사이트로 모집하면 ‘양’은 많은데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해 불필요한 비용을 많이 쓴다. 그래서 시루카페라는 오프라인 카페를 함께 활용함으로써 ‘양’이 적더라도 ‘질’ 좋은 학생들이 우리 기업에 많이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진학사에서 만든 채용사이트 ‘캐치’의 ‘캐치카페’가 바로 비슷한 사례이다. 이곳도 채용사이트로서 채용공고를 올리는 기업들에게 받는 수수료가 주 수입원이며,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들에게는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여담이지만 나도 취업준비할 때 캐치카페를 자주 이용했다. 진짜 좋았다👍)
2. 차별
비즈니스 가치가 있는 산업이어도 경쟁사는 늘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쟁사를 이기려면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또다른 가치를 제공하면 유일무이한 기업이 된다.
한 분야에서 독보적 1위를 할 수 없다면, 두 가지 분야에서 어느 정도만 잘하자. 그럼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
* 아카데미 힐즈: 당연히 고층 빌딩의 전망대면 사업이 잘 될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그냥 전망대가 아니다. 그냥 전망대라면 벌어들일 수익의 몇 배를 벌어들이는 이 곳은 ‘지성인’의 가치를 함께 제공한다. 그래서 스스로 가치를 쌓을 수 있는, 뷰를 보며 생각할 수 있는 도서관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타워홀 등이 있다. (도쿄 가면 무조건 가볼 곳 중 하나!)
3. 효율
효율적인 방식으로 운영함으로써 비즈니스 가치를 사업화한다.
* 쿠시야 모노가타리: 우리나라의 ‘두끼’ 떡볶이처럼, 손님이 직접 요리해서 먹는 음식점이다. ‘두끼’가 떡볶이를 손님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먹는곳이라면, 이곳은 튀김을 커스터마이징해 먹을 수 있다. 사람들이 직접 튀기며 재미를 준다. 직접 꼬치튀김과 대게를 튀겨 먹음으로써 비싼 요리사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다.
그럼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으면 손해 아니냐고? → 그래서 일부러 가격을 좀 높게 책정(2500엔)하고, 시간 제한(90분)을 둔다.
4. 취향
고객마다 선호하는 특별한 취향들이 있다. 대중적인 것만 사업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렇게 특별 선호가 있는 타겟들만을 위한 사업을 만들어도 성공할 수 있다.
* 츠타야 서점: 이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었던, 라이프 스타일을 파는 서점이다. 여기는 책, DVD, 음반 등을 빌리거나 살 수 있는 곳이며, 카페가 있어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지성인을 위한 공간” 이다. 모든 사람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나다 ㅎ.ㅎ)
* Knot: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많진 않지만 분명히 있다. (나도 그 중 한 사람! 아날로그 시계가 더 예쁘다 🙂) Knot은 5평의 작은 매장이지만, 고급 아날로그 시계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매장크기가 작은 만큼 임대료를 아끼는 대신, 프리미엄이지만 가격을 낮춰 판매해서 인기가 많다. 또한 시계 스트랩을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5. 심미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한 법이다.
아무리 고급진 것, 값비싼 재료라 하더라도 보여지는 형태가 형편없으면 그 속에 담긴 것도 형편없어 보이니까.
* B by B: 디자인이 세련된 건 중요하다. 하지만 B by B를 설립한 넨도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디자인이면서 + 외형적으로 세련됨을 추구한다. 그래서 B by B라는 초콜릿가게의 디자인을 맡았을 때,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들 디자인을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초콜릿 판매공간과 카페공간을 분리하고, 두 공간을 흑백 대비시켜 공간감을 만들었다. 초콜릿 매대는 투명하게 하여 공간감을 더 넓어 보이게 만들었다.
최근 오늘의집 같은 곳에서 공간이 좁은 원룸꾸미기 콘텐츠가 아주 인기다. 나 또한 이런 콘텐츠를 즐겨 보는데, 아무래도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돼 있는 우리나라도 이렇게 좁은 공간을 넓게 쓰는 디자인이 앞으로도 쭉 흥행할 것 같다.
책 속에서 소개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사업화한 5가지 유형에 대해 사례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았다.
그저 '비즈니스 인사이트' 라고 하면 막연하게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이렇게 그냥 우리 일상, 우리 생활 속에서 만나는 가게들을 분석하는 책이라서 더 술술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냥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다가도 이 책에서 배운 것처럼 '이 카페의 비즈니스 가치는 무엇일까?' 라고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책에서는 이 포스팅에 나오지 않은, 다양한 도쿄의 비즈니스 인사이트들을 발견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사업에 관심이 있고 특히 자영업에 관심있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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