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부키(2014) / 2021년 개정판
옛날부터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느낌. 왜냐고?
일반적인 사람들은 딱히 예민해하지 않는 부분에서 나는 예민함을 느꼈다.
또, 일반적인 사람들이 대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나는 부자연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이를테면 이와 같은 것들이다.
- ‘넌 너무 예민해.’ 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다. 특히, 나는 청각에 민감하기 때문에 너무 시끄러운 장소를 싫어한다. 그 때문에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다 하더라도 공연/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을 싫어한다. 카페에서도 음악이 시끄럽거나 사람들의 말소리가 크면, 대화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
- 남들보다 감각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자연이나 아름다운 미술작품, 내가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읽을 때 남들보다 더 감정을 크게 느낀다. 풍부한 감정이 있달까.
-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지보다는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에 더 집중한다. (의도한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그래서 대화 내용은 좋더라도, 그 사람의 비언어, 반언어적인 부분이 부정적이라면 나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
- 가장 중요한, 이 책의 제목처럼 “생각이 너무 많다.” 특히 그 생각은 걱정과 불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떤 일을 하기 전에 최악을 상상한 적도 많다. 단순히 횡단보도를 건너가다가도 불법으로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가는 오토바이를 보면 ‘저 오토바이에 내가 치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런 것까지 상상하곤 한다.
이 책에 관심을 갖고 검색한 당신은 어떤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은 나와 비슷한 사람,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이런 사람들은 기질적으로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르다. 우리 지구엔 일반적인 사람(좌뇌형 인간)이 약 70~85%를, 그리고 나머지 15~30%가 우리 같은 생각이 많은 사람(우뇌형 인간)이 차지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런 우뇌형 인간을 정식 명칭으로 ‘정신적 과잉 활동인’ 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기질은 대부분 선천적인 것이다. 그리고 인구의 소수만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보통 사람들과 살면서 우리의 이 기질에 대해 많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을 것이다. 대부분 이런 것들이 아닐까.
- (직감적으로 불안, 걱정을 느낄 때)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왜 근거도 없이 두려워하는 거야?”
- (인간관계로 힘들 때) “너는 매사에 너무 마음을 쏟는다니까. 그거 안 좋은 거야.”
- (소음, 인간관계 등으로 예민해질 때) “넌 별것도 아닌 것에 너무 예민하게 굴어.”
이런 말들을 들어왔으니 지금 이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 테다. 이런 기질은 부정적인 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지기 위해선 우리의 성격을 고쳐야 해!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걸 고쳐야 해! 하고.
하지만 우리가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 그들이 잘못된 거라는 생각을 해볼 생각은 왜 못했을까? 왜 그들과 우리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다른 사람일 수 있는데!
나는 나의 성격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더 이상은 내 성격으로 스트레스 받기 싫었기에. 어떻게 하면 이런 성격을 극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과의 관계나 복잡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너무도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해줄 수 있었고, 내가 가진 이 기질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이 나와 비슷한 '정신적 과잉 활동인' 이라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을 것이다. 위에 써 놓은 나의 사례와도 비슷하다.
- 감각이 과민하다. 오감이 예민하며, 종종 직감을 발휘한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넌 너무 예민해!' 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다.)
- 생각이 나무처럼 쭉쭉 뻗어나간다. (머릿속으로 마인드맵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 감수성이 풍부하다. 따라서 공감 능력도 좋다.
- 인간관계에 있어 호의적, 이타적, 따뜻한 면이 많다. but 자기 자신에겐 까다롭다.
- 감정 이입을 정말 잘한다. (지나칠 정도로!)
- 정의를 중요시하며 보기 드물게 대쪽같은 올곧음과 진정성을 지녔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우리같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ADHD가 있는 환자, 감정기복이 심한 환자로 여겨왔지만 이 책을 쓴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은 다르다. 저자는 최초로 우뇌형 인간이 ‘정신질환자’ 가 아닌, ‘정신적 과잉 활동인’ 임을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혔으며, 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책을 통해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할까? 우리는 좌뇌형 인간이 지배하는 이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없고, 선천적으로 이렇게 태어난 우리의 기질을 버리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저자는 이야기한다.
“자신의 과도한 감수성을 인정하고, 당신의 기질을 이 세계에서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라!”
이 책에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보통 사람들과 대비되는 주된 특성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또한, '정신적 과잉 활동인'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장점과 주의점을 알려준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 더 좋았던 것은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받을 수 있는 책' 이었다는 점이다. 저자 또한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기존에 이렇게 예민하고 감수성이 많은 사람을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안 좋게 보던 학계에서, 완전히 관점을 바꿔 '정신적 과잉 활동인만이 잘 할 수 있는 일' 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그동안 너무 예민하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들을 상상하는 내 성격을 뜯어고치려고만 했었다. 내 주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지 않으니까. 밤에 자기 전에도 생각이 멈추지 않고, 내 흑역사가 다시 재생되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이렇게 고쳐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끝도 없이 생겨나서 잠을 자기도 힘들었던 날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특징은 안 좋게만 볼 성격이 아니라, 분명히 장점이 존재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장점을 확실하게 말해준다.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것,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그리고 생각이 끝없이 자라나는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를 갖고 있다는 것은 명백히 축복이다.
이 세상에는 여러분처럼 공감 능력이 뛰어난 EQ를 향상시키고 싶은 사람이 많은데, 여러분은 이미 EQ가 높다. 그리고 어려운 일을 하기에 앞서 복잡하니까 그냥 몇번 하다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은데, 여러분의 두뇌는 어려운 일을 하기에 딱 적합하다.
이렇듯 나는 내가 가진 것이 축복이며 이를 어떻게 계발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말했듯, 여러분의 성격은 고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우리 같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받는 세상을 바꾸기도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가진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나와 비슷한 성격이고, 성격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왜 2014년 베스트셀러였는지를 깨닫게 해준 최고의 책이다.
참고로,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나의 이야기를 이 포스팅에 적어 두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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