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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Science/My Career Story

초보 데이터 분석가가 느끼는 데이터 분석의 어려운 점에 대한 고찰

by Everly. 2022. 1. 25.

오늘은 초보 데이터 분석가(비즈니스 데이터 분석가(Business Analyst),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st),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로서 '데이터 분석'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포스팅을 하고자 한다.

 

이 글을 읽을 분들은 아마 나처럼 초보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을 하는 인턴이나 사회초년생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데이터 분석에서 어려운 점은 언어나 기술(Python, R, SQL 등..)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을 하신다면 어느 정도 기술력은 기본은 갖추고 계실 것이고, 더 중요한 것은 기술 바깥의 것들임을 (내가 많이 느꼈기에) 인턴생활 6개월을 되돌아보면서 이 글을 쓴다.

 


나는 작년에 6개월 동안 유명 패션 스타트업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데이터 분석가로서 일하기가 정말 쉽지 않음을 많이 느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데이터 분석’이라는 분야에 큰 흥미를 갖고, 지금까지 많은 데이터 분석을 경험해왔었다. 4학년 때부터 취준하면서 직무를 알아보고, 또는 졸업하고서도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감안하면, 나는 감사하게도 어린 나이부터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찾은 셈이다.

 

데이터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을 배워야 진행할 수 있었으므로 R과 Python을 배웠고, 학교 수업과 책으로부터 여러 예제 데이터들을 분석해보았다. 데이터 핸들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당시(요즘도) 핫하다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에서 사용되는 기술도 함께 공부했다. 학교, 학회, 공모전에서 많은 데이터 프로젝트를 해보았고 기업과 연계하여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도 경험해보았지만, 직접 일해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왜냐하면 내가 직접 ‘기획’을 하고, 데이터 분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생 수준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는 사실 그렇게 어렵지가 않다. 데이터가 일단 주어져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어떠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하지만 회사는 달랐다. 내가 대기업 인턴이었다면 결과가 명확한 과제를 줬을지 모르지만, 스타트업이라 결과가 정해져있지가 않았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 무엇을 파보고 싶은지 먼저 궁금증이 많아야 했다. 궁금한 게 생겨도, 사실 이미 회사 내 다른 분들께서 해놓으신 게 있거나 또는 분석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없는 경우는 분석을 시작할 수조차 없었다. (예를 들면 데이터 수집이 안 되고 있는 경우이거나, 보안상의 문제로 접근 권한이 없는 경우이다.)

 

그래서 사수님이나 다른 부서분들이 해결해달라는 것을 들고 오시면 분석을 시작했는데, ‘목적/목표’가 무엇인지를 알기가 어려웠고(예를 들어 프로모션이 효과적이었나?에 대한 회고를 한다고 치면, 애초에 프로모션 기획 단계 미팅에 참여하지 않고(즉, 배경을 모르고) 내가 회고를 담당해야 해서 회고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더 분석하고 싶은지를 몰랐다.)

여차저차 다른 분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목적/목표를 설정하고 난 후엔, 분석을 하는 방법을 스스로 설정해야 했다. (나 혼자 하는 분석이니까!) 우리 팀원분들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만 아무도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엔 나 혼자서 그냥 해야 했다... 그러다가 혼자 이상한 방향으로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즉 별로 필요 없는 분석까지 해왔다)

 

그렇기에, 정말 데이터 분석이라는 ""을 처음 해 보는 나로서는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다. 데이터 분석이라는 게, 기술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었나?! 내가 바라는 머신러닝 같은 거는 하지도 않고 머리 아픈 분석만 계속 했으며 윗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진척되기도 힘들었다. 

 


 

내가 힘든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런 것들이었다.

 

  • 데이터 분석의 목표(목적)을 올바르게 설정했더라도(ex. 유저들이 해당 프로모션의 쿠폰스킴에 적절히 반응했는가?, 왜 갑자기 아무런 프로모션도 안 했던 2월달에 유저들 구매가 튀었는가? 처럼 궁금한 점을 명확하게 설정) 이를 풀어내는 그 ‘방법’을 어떤 것으로 해야 할지 혼자 판단하기 힘들다.
    • 내가 기존에 알고있던 분석 방법을 쓰는 게 좋지만, 방법을 내가 엄청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비효율적일 수 있다.
    • 다른 분들께 물어봐서(또는 구글링을 통해) 답이 나오면 좋지만, 안 나올 수도 있다.
    • 그 방법을 혼자서 해서 틀릴 수 있는데 일일이 누군가 체크해주기 어렵다. (크로스체크의 중요성..)
    • 분석을 하다가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서 쓸데 없는 것까지 분석하느라 리소스가 소요될 수 있다. (중간 점검의 필요성..)
    • 분석을 할 때 이런 현상(결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가 너무너무너무 어렵다. 너무 다양한 요인이 있기 때문.. 내 나름대로 데이터를 통해 몇 가지를 추측해보지만, 내가 이 산업의 도메인지식이 많은 게 아니라서 다 알수가 없다. (이래서 데이터 분석 직무는 경력이 중요한 듯..)
  • 그리고!! 힘들게 힘들게 분석을 마쳤는데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큰 어려움이었다.(특히 미팅, 슬랙 전달에서)
    • 미팅에서 이야기할 때는 정말 핵.심.만 말해야 한다는 걸 몰랐다. 내가 한 분석의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제가 이렇게 노력했어요!’ 하면 잘했다고 해줄 줄 알았다(..) 하지만 분석을 통한 ‘결론’을 말하고 이를 통한 ‘액션’을 전달하는 게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이었다. 열심히 한 분석 보고서는 그냥 관심 있는 사람들(검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읽을 자료로 남기기만 하면 되었다. (볼 사람만 보면 됨!) 
    • 마찬가지로 모든 이들에게 정보를 공유할 때(슬랙같은 걸로)에도 정말 간단하게! 전달해야 했다. 왜냐하면 다들 바쁘고, 길면 읽기 싫어한다. 다들 슬랙을 보며 쏟아지는 정보를 빨리빨리 쳐내야 하기 때문에 정보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써야 했다. 
      • 여담이지만, 생각해 보니 그동안 학교에서 팀플 발표할 때도 무조건 길고, 자료 많~이 넣어서 이야기하면 다들 평가를 잘 주니까 이렇게 된 거 같기도 하다. 학교에선 그랬더라도 회사에선 그렇게 자기 시간을 다 내어줄 사람은 없다는 거!!
    • 마지막으로, ‘그래서 이 분석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액션) 을 제시해야 한다. 제언이라거나, 실행 부서와 협업해서 이걸 직접 실행해보는게 어떨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등을 이야기해줘야 진정으로 '데이터 분석'이 분석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몰랐다. 그동안 나는 분석을 하면 그걸 과제로 내고 발표만 했기 때문에 그냥 분석으로서 끝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선 돈을 벌기 위해 데이터 분석을 하는 것이기에 꼭 분석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로 액션까지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뭐 코딩 실력 등 기술이 부족하다고 해서 데이터 분석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정 코딩을 못하면 엑셀로 하는 방법도 있고, 예를 들어 나도 처음 인턴일 땐 SQL을 거의 몰랐는데 인턴 끝나고는 SQL 고수가 되어 있었다는..ㅎ)

정말 기초적인 수준의 코딩을 못하는 게 아니고서야, 데이터 분석가의 어려움은 바로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즉, 분석을 할 때 알고 있어야 하는 배경 지식(암묵지)이 신입으로서는 당연하게도 많이 없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대학생은 발표만 많이 해보고 팀플에서 팀원들이랑 역할 분담 정도만 하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미팅다운 미팅’을 해본 적이 없어 당연히 어떻게 상사에게 보고하고 미팅 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인턴이 끝나고 나서, 이러한 문제점이 있음을 깨닫는 것도 꽤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그 때 당시엔 '내가 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기술도 있는데, 왜 분석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거지??' 라는 생각에만 매몰되어 그냥 내가 부족하다고만 생각했지 그 원인을 깊게 파볼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어떤 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초보 데이터 분석가라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계실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나는 다음 회사에서 데이터 분석가를 준비하기 위해,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가로서 필요한 암묵지'와 '회사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을 공부해가고 있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시중에 나온 책을 읽고 있다.

특히 회사에서 잘 일하기 위해선 경영학에 관한 이해가 꼭 필요한 것 같다. 나는 경영학 베이스가 없기에 따로 책을 통해 이를 배워가려 하는 중이다. 며칠 전부터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유명하신 '하용호'님의 패스트캠퍼스 강의도 듣고 있는데, 회사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잘 이야기를 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나처럼 이런 문제를 겪고 계신 분들은 자신의 기술이 아니라 다른 쪽의 공부를 더 해보시면 어떨까 하고 추천드린다. 아직 인턴 경험도 없는 대학생인 경우엔 꼭 회사에서 일해보는 경험을 해보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혼자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기에, 많이 실수하고 깨지더라도 우선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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