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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읽고

Everly. 2025. 6. 1. 14:29

2025.03.02 완독

 

 

줄거리

전남편과 이혼 후 로제와 6년 넘게 사귀고는 있지만 심한 권태기를 느끼는 폴. 둘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지만 서로 헤어지지도 않는다. 폴은 애정이 필요하지만, 로제는 육체적/정신적으로도 채워 주지 않는다. (오히려 비즈니스 약속이 있다며 폴을 두고 다른 여자들과 자고 다닌다)

인테리어 일을 하고 있는 폴은 우연히 의뢰인의 아들 시몽을 만난다. 시몽은 폴보다 14살이나 연하인데도 폴을 보고 첫눈에 반하고, 열렬히 구애한다.

폴은 시몽을 밀어내지만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서 죄책감이 든 듯) 이성적으로 끌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같이 데이트도 하고 동거도 하게 된다. 하지만, 로제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으며 시몽에게 자신은 로제를 더 사랑한다고까지 말한다.

 

요즈음 그녀는 책 한권을 읽는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가 아직도 갖고 있기는 할까?
- p.60

 

시몽은 로제가 더 이상 폴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에 + 다른 여자들과 바람을 피는 것도 목격했기에, 폴이 더 상처받지 않길 바래서 자신이 더 애정을 줄 테니(가능하다면 결혼까지 하겠다고 맹세한다) 자신에게 오라고 하지만, 결국 폴은 로제를 선택한다.

 

나의 감상

 

음… 솔직히 초반엔 아슬아슬한 두 사람 간의 줄다리기를 보는 전개가 재밌었지만, 뒤로 갈수록 애매하게 구는 폴 때문에 노잼이었다. 그리고… 대체 왜 로제를 선택한 것일까? 나로선 당연히 나를 더 사랑해주는 시몽을 선택했을 텐데. 하지만 폴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이혼까지 한 데다 사랑은 오래 되면 식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사랑을 믿지 않아서가 아닐까?

로제에게 무력감을 느끼고 ‘자아를 잃어버렸다’는 표현까지 쓸 만큼 자존감이 떨어져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계속해서 그녀는 자신이 늙었고, 시몽은 너무 잘생기고 미래가 촉망받는 변호사 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또한 그녀의 심리상태를 반영한 것이리라.

그녀의 심리가 가장 잘 반영된 구절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있는 것 같다.

 

시몽에게서 온 편지였다. 폴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웃은 것은 두 번째 구절 때문이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것은 열일곱 살 무렵 남자아이들에게서 받곤 했던 그런 종류의 질문이었다. - p.59

”그 반 덴 베시라는 청년이 나를 그 연주회에 초대했어. 나는 달리 할 일이 없었고. 그런데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더 이상 알 수가 없더라고 …. 
믿어져? 내가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더 이상 알 수도 없다는 게……” - p.74

 

처음 시몽에게 받은 편지에 적혀 있던 그 구절. 시몽은 진심으로 폴에게 애정을 느끼고 열정을 갖고 그 구절을 썼을텐데, 폴이 그 문장에서 느끼는 것은 ‘사랑’이 아닌 ‘추억 회상’에 가깝다. 그녀는 잘생기고 어려서 생기 넘치는 (그래서 사랑에 더 솔직하고 마음 가는 대로 하는) 시몽에게 당연하게 끌리지만, 한편으로 감정이 닳고 닳아 더 이상 설렘/사랑이 아니라 그냥 추억 회상, 시몽을 조카 보듯이(?) 귀엽다고만 느껴지는 자신이 아직 어린 그에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꼈을 것이다.

 

사강은 이 작품을 24살에 썼다고 하는데, 더 나이가 든 뒤에 썼을 법한 느낌의 책 내용이라 솔직히 깜짝 놀랐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사랑에 호되게 당한 적이라도 있었던 걸까? 암튼 읽어보고 싶던 책인데 재밌었다. 그래도, 만일 내가 폴이라면 난 시몽을 선택했을 것 같다. 언젠간 헤어질지라도, 남들 눈에 우스워 보일지라도 이번 사랑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수도 있잖아? ^_^ 그리고 이미 몰래 바람피고 폴을 배신한 로제랑 사귀는 것보다야… 혼자 사는 게 더 나을 듯…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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