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s Ever, Data Chronicles
'소유' 모드의 현대인을 풍자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본문
사람이 외적으로 볼품없어지거나, 돈을 못 벌고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쓸모없는 존재인걸까?
유명한 소설인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대해 너진똑(채널 '너 진짜 똑똑하다')이 다룬 유튜브 영상도 있어서 책을 다 읽고 영상까지 봤는데, 40분짜리 영상이 5분처럼 느껴질 만큼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내가 지금껏 믿어왔던, 중요하게 생각했던 ‘능력주의’가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한다. 이전의 나는 쓸모 있는 것, 즉 생산적인 것만이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이 생각은 남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보는 것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내가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지 못하면 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했다. 가끔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기도 했지만, 사실 만족스러운 하루라는 것은 상대적인 기준인 것이다. 그러니까 항상 만족스러운 하루만을 보낼 순 없다. 매일이 만족스럽다면 역설적이게도 그건 매일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되는 거니까.
참 숨막히는 일상이다. 나는 내가 너무 완벽주의 성향이 심하고 강박적으로 살아와서 나만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너진똑님의 영상을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가 나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흘러가고 있기에(능력 있는 사람이 대우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너진똑은 영상에서 에리히 프롬의 책 ‘소유냐 존재냐’를 기반으로 현대 대한민국 사회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소유’는 이기심, 능력주의, 돈(물질)에 가깝고, ‘존재’는 이타심, 희생, 사람을 중시하는 관점이라고 한다. 이는 그저 글자 그대로를 보고 구분할 수는 없고, “조건”이 있는지의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같은 사랑이라도
- 조건 있는 사랑은 ‘소유’
- 조건 없는 사랑은 ‘존재’ 모드의 사랑인 것이다.
이 책 ‘변신’도 마찬가지로 소유 모드의 현대인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
책에서 주인공 그레고르는 하루아침에 벌레가 된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모습이다. 거대한 바퀴벌레가 된 것이다. 사실 그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고 희생하는 인물로 보여진다. 아버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5년동안 하루도 결근하지 않고 돈을 벌어 부모와 여동생까지 부양했다. 그 덕분에 나머지 가족들은 돈도 벌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살았다. 근데 이제 그레고르가 끔찍한 벌레가 되어버렸으니, 더 이상 생산적인 일도 못하고(돈도 못 벌고) 존재 자체가 끔찍한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이 보인 반응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다. 그레고르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돈’이 너무나도 중요한 가치라는 반증이 아닐까. 더 이상 돈을 벌지 못하면, 욕을 한다. 돈이 아니더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면 욕을 한다. 기능이 없는 사람은 쓸모 없는 존재니까.
어쨌든, 책에서 그레고르는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중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다음 가족들을 참교육(?) 시켜주지 않을까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레고르는 죽는다. 철저한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굶어 죽는다.
다음 날 아침 그레고르가 죽고 나서 가족들은 오히려 후련함을 느낀다. 쓸모없는 사람 뒷바라지를 해서 뭐하겠나. 가족이 죽었기에 얻은 오랫만의 휴일을 즐기기까지 한다. ‘소유’만을 중요시하는 현대인들의 무자비함이, 칼만 안 들었지 섬뜩함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주변에 ‘소유’ 모드의 사람, ‘존재’ 모드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항상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그 사람이 생각났다. 자신이 희생을 해야 할 때, 이 행동을 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게 아예 없거나 적더라도 기꺼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에게 그럴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좀 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이득이 있는 순간에만 기뻐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손실이 있을 때에도 탓하지 않는 것은 대인배다. 그것은,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고 그 자체로 사랑하는 ‘존재’ 모드의 사람이다.
차근차근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이 세상은 나에게 언제나 더 능력을 갖추고 생산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하지만, 듣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더 강해지는 내가 되길 바라며 이만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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