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s Ever, Data Chronicles
무기력함이 들 때 읽으면 좋을 책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ft. 나의 예전 취준 생활) 본문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 하야마 아마리 지음, 예담 (2012)
- 2024.04.10 완독
한동안 책태기가 와서 책을 잘 못 읽다가 읽게 되었던 책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일도 바빴고, 습관으로 만들고자 했던 운동, 식단 등에 좀 더 집중하느라 책 읽는 데에는 많이 소홀해졌던 것 같다. 근데 그보다도 더 정확한 이유는 2월 말 삿포로 여행을 가고 나서부터 주말에 좀 많이 퍼져있는 날들이 늘어나며 스스로 생각할 시간이 많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허무함이랄까, 공허감을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얻는 게 뭐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뭔가 목표가 없어지고 그날그날 주어지는 작은 소확행들만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달까.
이전에 내가 갖고 있던 목표들은 다 사라진 것만 같고, 내가 나중에 40대, 50대가 넘었을 때의 내 모습이 전혀 상상되지 않았다. 공허한 삶이라고 검색창에 쳐보니 이 책을 읽어보라는 댓글이 있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은 에세이인데 좀 현실적이진 않고 상상으로 쓴 듯한 느낌이라 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전체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3점 정도. 그냥 쏘쏘했고, 비현실적인 느낌이 좀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뭔가 동기부여가 느껴지긴 해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내용 자체는 매우 쉽고 술술 읽혀서 (그냥 이야기책 읽는 기분) 저녁에 읽기 시작한지 3시간 만에 한 권을 전부 다 읽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내용은 ‘아마리’ 라는 가명을 가진 한 여성이 29세에 절망감을 느끼다 1년만 미쳐보고 죽자는 생각으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29살에 절망감을 느낀 이유는 (그녀가 느끼기에)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안 좋은 것들만 갖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서였다. 외모도 못생겼고,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으로 뚱뚱해졌고, 직장도 비정규직이며, 남자친구에게도 차여 솔로인 신세에, 친구/가족도 없고, 마지막으로 돈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재산이 200만 원?!)
살아갈 이유도, 필요성도 못 느끼던 그녀는 우연히 자신의 28살 생일에 홈쇼핑 광고로 나오던 라스베거스를 보고, 29살 생일에 저곳에서 블랙잭을 치고 생을 마감하리라는 생각으로 1년만 다른 사람이 되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즉, 그녀를 180도 바꿔놓은 것은 다름아닌 "돈" 이었다. 라스베거스에 가기 위해 그녀는 2,000만 원을 모아보리라 다짐하며 낮에는 파견직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호스티스 알바를 하며, 주말에는 누드 모델까지 자처하며 다이어트와 함께 돈을 악착같이 모으기 시작한다. 그렇게 라스베거스로 떠나기 1달 전까지 2,000만원을 모으기를 성공하고 떠난다.
처음에 그녀가 원했던 것은 오직 돈을 모으는 것뿐이었는데, 사실 새로운 마음으로 인생을 시작하며 얻은 것은 돈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마인드가 바뀌자, 돈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외모도 더 나아지기 시작했고, 블랙잭이라는 새로운 게임도 익혔으며(+ 거기에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대범함까지!) 기본적인 영어회화까지 익힐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다. 1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걸까? 그럼!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취준 생활 때가 생각났다. 그 때의 나는 정말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었다. 인턴은 정규직 전환 없이 종료되었고, 스트레스와 과로로 얻은 피부 뒤집어짐과,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고, 처음으로 자취하면서 낼 돈도 빠듯했던 그 때. 얼마나 많은 자책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았을지,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에게 다시 돌아가 안아주며 ‘지금의 넌 고통스럽고 힘들겠지만, 머지않아 이 모든 것들은 달라질 거야. 내 말을 믿고 차근차근히 나아가 보자.’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때 당시엔 정말 몰랐었지… 내가 이렇게 바뀌고 성장할 줄은. (역시 돈을 벌면서 자존감도 올라가는 것 같다.)
아마리의 이야기에서 가장 공감됐던 건 ‘나아지기 위해선 발로 뛰어야 한다’ 는 내용이었다. 나도 답이 없는 취준 생활 때에는 정말 무기력했고 집에서 한 발짝도 안 나온 날도 많았다. 하지만 나와 비슷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으며 무작정 밖으로 나와 걸었다. 걸으며 햇빛을 받았고, 걸으며 공부를 하러 카페로, 도서관으로 향했고, 좀 더 취업 지원서를 많이 써보기 시작했다. 그랬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겠지?
최근의 나는 목표가 사라지고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목표들만 바라보고 있기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이전에 갖고 있던, ‘죽기 전에 이것만큼은 해봐야지’ 싶었던 것들 (버킷리스트) 은 다들 어디로 간 걸까?
하나 생각난 건 바로 미국을 가보는 거였다. 이전부터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한 곳이라, 내년 가을에 꼭 뉴욕에 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걸 위해선 돈도 모아야 할 거고 영어 회화도 공부해야 할 거고 여행 일정도 짜야 할 거다. 하지만 하나의 목표가 생긴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인 것 같다.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다녀오게 되면 블로그에 후기도 남겨야겠다 ㅎㅎ)
책을 읽으면서 아마리의 나이인 29살은 너무도 어린것 같은데, 아무리 가진 게 없고 형편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더라도 죽음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편으론 또 공감이 된다. 나도 아무것도 없던 24~25살엔(취준생 시절)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니었는데 그땐 그게 전부인 줄 알았지. 원래 인생은 힘든 게 맞고 고난을 극복해가면서 살아가는 거라는 걸, 비싼 값 치르고 배운 셈이다.
무기력하고 공허함이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분이 있다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가볍게 읽어보면 어떨까. 읽고 나서 새로운 목표를 작게나마 만들고 싶은, 삶의 의욕이 생기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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