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rs Ever, Data Chronicles
온전한 내 인생을 찾는 여정, <사는 이유>를 읽고 본문
이 책은 장인성의 에세이로, 그가 산(buy) 것들을 바탕으로 그가 사는(live) 이유를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읽으면서 이런저런 여러 생각을 하게 할 만큼 인사이트가 풍부한 책. 에세이인데도 읽는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니 역시 브랜딩 마케터답다. (브랜딩 마케터는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니까!)
특히 내가 소비하는 것들 —먹는 거, 입는 거, 쓰는 거, 읽는 거, 나의 공간 등—이 나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 잘 보여준다. 오늘의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루틴을 갖고,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나의 외부 환경 때문이다. 그 환경은 다른 사람의 말, 누군가가 쓴 책, 나에게 어떤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공간 등으로부터 온다.
사는 이유
- 장인성 지음, 북스톤 (2023)
요즘은 솔직히 좀 우울하고 또 외로웠다. 겨울이라 춥기도 해서 밖에 잘 안 나가고 집 안에서 따뜻하게 있고만 싶어지고, 회사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유대감을 못 쌓으니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간만에 날씨도 좋고, 휴일이라 아침부터 용산어린이정원에서 산책하고 맛있는 히레까스도 먹고, 북카페에 와서 시간을 보내니 외로움이 좀 줄어들었다. 그치 이런 게 인생이지! 땅 끝까지 추락하는 날이 있다면, 하늘 끝까지 상승하는 날도 있는 것이 인생이니까.
사실 나는 예전엔 인생이란 게 평탄한 날과 안 좋은 날이 대부분이고 가끔 맛볼 수 있는 행복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왜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솔직히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잖아! 왜 일주일에 5일은 고통 속에 살고 2일만 즐거워야 하는 건데. -_- 이럴 거면 아예 안 태어나서 고통도 행복도 안 느끼는 게 나은 거 아닌가…
그런데 이 책에서는 경험이라는 걸 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상태라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0인 상태에서 경험을 통해 하나씩 쌓아나가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이다. 그렇게 치면 좀 더 즐거운 눈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오늘 돈을 버는 이유도 어떤 음식을 맛보기 위해서, 어떤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어떤 경험을 얻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면 오늘 내가 쓴 소비가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0이었던 한 인간은 독특한 색깔을 가진 어떤 한 인간이 된다.
누군가와 만나고, 달리기를 하고, 새로운 걸 배우고, 요리하고, 유튜브 보고, 공부하고 하면서. 그 과정은 고통도 있고 (때로는 망하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하겠지) 행복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게 온전한 내 인생이란 걸 잊지 말자!
나 자신도 사랑하고, 다른 사람도 존중하며 사랑할 것. 분명 이게 뜻대로 잘 안 되는 날이 더 많겠지만(ㅎㅎ). 그래도 끊임없이 되새기자.
(개인적으로 이전에 ‘신경 끄기의 기술’ 처럼 자기계발서로 인생의 의미를 전달받는 것보다, 에세이를 통해 은유적으로 느끼는 게 나에겐 더 와닿는 방식인 것 같다.)
싫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믿음을 거스르는 일을 거부할 수 있다. 재능이 반짝이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살고 싶은 삶과 닮은 집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랜 시간 보낼 수 있다. 가까운 지인들을 집에 초대해 대접할 수 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즐겨 하는 운동이 있다. 보고 싶은 책, 영화, 음악을 읽고 보고 듣고 이야기 나눌 수 있다. 글이나 영상, 그림, 연주 등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 p.236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을 찾아나가고 나를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멋진 인생일 것이다.
이 책은 내가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읽는 뉴닉(NEWNEEK)에서 추천을 받은 책이라 읽게 되었는데, 가벼운 에세이라 앉은 자리에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다. 쉽게 읽히지만,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가 많고 내면에서 나오는 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 참고로 저자 장인성은 배달의민족에서 일하고 있는 마케터이며 ‘마케터의 일’ 이라는 베스트셀러도 냈다.
나처럼 약간의 번아웃이 온 분들께, 잔잔히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넘기며 생각에 잠기고 싶을 때. 내가 날 잘 모르겠고 뭔가 인생이 답답할 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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