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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네이션>, 넘치는 쾌락 시대 속에서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Everly. 2024. 1. 10. 06:38

이 책은 작년 11월의 독서모임 책이라 읽게 되었다. 이번 책은 읽으면서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읽고 싶은 책이 워낙 많다보니(ㅎㅎ) 여러 가지 책을 이것저것 골라가며 읽다가 다 읽기까지는 한달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런 이유뿐만 아니라 책 자체가 실험이나 연구적인 내용이 많아서 살짝 따분하기도 했으나,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도파민 중독’의 원리와 해결법에 대해서 더 깊게 알게 된 것 같아서 좋았다.

 

최근 ‘도파민’ 은 정말 큰 화제인 것 같다. 마약 유통이 활성화되면서 일반인들에게서도 마약을 하는 범죄들이 일어나고, SNS의 발달로 거짓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도 정말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명품 소비, 과시 소비를 많이 하는 등 정말 ‘쾌락주의’가 넘치는 시대라고 볼 수밖에 없는 요즘이다.

나는 최근 널리 퍼져있는 이런 쾌락적인 활동에 크게 관심이 없고, 또 하지도 않아서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있나.. 하는 거부감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왜 도파민에 ‘중독’ 되는지를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나도 어떤 부분에서는 중독이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도파민네이션: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 애나 렘키 지음, 흐름출판(2022)

2023.11.26 완독

 

최근 내가 갖고있는 중독이라고 한다면 우선 “(정제)탄수화물 중독”을 들 수 있겠다. 나는 운동에 푹 빠져 주 5일 운동을 하기 시작한 지 약 3개월 째 유지중인데, 그 이전까지는 운동이라거나 식단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달달한 것을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누구나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간헐적 단식을 시작해보니… 이게 웬걸? 탄수화물을 너무 먹고 싶어서 견디기 힘들었다. 정제 탄수화물(빵이나 떡 등)을 먹지 못하니 허기짐을 느낄 뿐더러 손이 떨리고 머리까지 아팠다. 근데 웃긴 건 탄수화물이 아닌 것들(이를테면 샐러드)을 먹으려고 하니 그닥 안 먹고 싶었다. 그냥 맛있는 빵이나 초코 한 조각이면 괜찮아졌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나의 이런 증상은 최근 현대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탄수화물 중독이란 걸 깨달았다.

 

또 다른 중독은 “유튜브 중독” 이다. 사실 중독이라 하기에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여가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에서 궁금하지도 않은 영상을 보며 멍하니 있는 내 모습이 보기 싫었다.(특히 쇼츠 중독... 그냥 생각없이 넘기고 있는데 1-2시간이 지나가 버린다니, 유튜브 참 똑똑해..)

또 여가시간 뿐만이 아니라 내가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유튜브를 보고 있을 때도 있었다. 특히 아침 출근 시간에 유튜브 보다 늦은 적이 종종 있기도 했다. 딱히 궁금한 내용도 아닌데 유튜브의 추천에 농락당해(?) 자꾸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중독들이 지금은 심각한 수준이 아닐지라도, 너무 끊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에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중독’에 빠지는 원인

현대인들이 이렇게 중독에 쉽게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접근성이 높은 것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술은 당연하고, 마약도 이전에 비해 구하기가 쉬워졌다. 

또다른 원인은 ‘오히려 살기 좋아져서’ 중독되기 쉬워진 환경도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옛날 90년대를 생각해보면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었을 만큼 더러운 환경에서도 뛰어놀고 불량식품도 많이 먹었는데 면역력이 높았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깨끗하게 자라서 오히려 면역력이 낮은 모순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면역력뿐만이 아니다. 과보호되면서 자란 요즘 아이들은 역경을 어렸을 때 겪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나이를 먹고 실제 역경을 겪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능력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현대인들은 비참함이나 고통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적당한 고통은 자연이 가장 현명한 용도로 사용하는 치료 수단이라고 할 만큼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 뇌와 신체는 원시시대에 맞게 진화해 왔는데, 현대는 원시시대와 맞지 않게 너무나도 풍요롭다. 고통을 안 느끼려 한다면 안 느낄 수 있는 환경이다. SNS, 유튜브, 커뮤니티, 배달 등에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즐기며 현대인들은 과한 도파민을 느끼는 상태가 되었다. 심지어 이런 인터넷 세상은 쉽게 중독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설계되어 중독되기 너무 쉬운 환경이다.

 

 

이렇게 과한 도파민 상태에 놓이게 되면, 행복의 역치(최소기준)은 너무 높아지게 된다. 너무 재밌었던 책을 다시 읽을 때 처음 느꼈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내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SNS의 ‘좋아요’ 나 ‘팔로워’ 수가 늘면 그때는 기쁘지만, 이제는 이보다 더 많아져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반대로, 너무 풍요롭고 과보호되다 보니 별 것도 아닌 걸로 쉽게 상처(고통)을 받는 경우는 더 많아졌다. 우리는 쾌락이 발생하면 당연히 고통은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탐닉의 시대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

이러한 과한 도파민에 의해 중독이 되는 경우 어떻게 중독을 관리해야 할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방법인 '자기 절제'를 통해 중복을 방지할 수 있다. 이를테면 중독이 발생할 수 있는 것들(ex.핸드폰)을 안 보이는 곳에 치워 둔다든가, 시간을 제한해두고 쓴다든가 등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핸드폰 감옥.

 

이러한 방법도 당연히 효과가 있겠지만, 중독을 해결하기 위한 본질적인 방법 몇 가지를 이 책의 마지막 장인 3장에서 제시한다. 그 방법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 세상에 “몰입”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

 

 

# 방법1. 고통과 마주보기

앞서 쾌락이 발생하면 → 고통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반대로 고통이 발생하면 → 쾌락을 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찬물 샤워를 하는 예시가 나왔는데, 찬물 샤워를 할 때 처음은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쾌락을 느낄 수 있다. 보편적인 예시로는 운동 후 겪는 카타르시스(Runner's High)도 있다. 벼락을 맞아 발작을 일으켰는데 오히려 도파민이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도 소비를 억제하면서 받는 고통이 도파민을 유발하니 유행하는 게 아닐까.. ㅎㅎ

이렇게 고통을 마주보는 것은 중독을 고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 된다!

 

대인관계가 안 좋아,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던 데이비드는 용기를 내서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말 걸기 전의 고통이 100이었다면, 대화 후 고통은 40으로 줄었다. 생각보다, 자신이 걱정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데이비드는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 방법2. 있는 그대로 말하기 ('솔직함'의 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면 그 경험에 숙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행동을 중독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솔직하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행동이 정리되고, 그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책에서 나온 저자의 중독은 19금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이었는데, 이를 실습 때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숨겨져 있던 자신의 진짜 욕구(이 중독을 끊고 싶다는)를 알게 되고 결국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심리상담에서 이 환자가 ‘회복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는 지표는 남탓이 아닌 “내 탓”을 하기 시작할 때라고 한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에 대한 원망이 많은 환자의 경우,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적인 부모상’ 에 자신의 부모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회복은 시작되는 것이다.

 

또한 솔직함은 “여유 있는 사고방식”을 갖게 해준다. 내가 솔직한 만큼, 남들도 솔직할 것이고, 약속을 지킬거라는 믿음은 이 세상이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준다. 나도 이 내용에 너무 공감했던 게, 내가 다른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된 이유는 중학생 때 빼빼로데이 날 내가 받은 빼빼로들을 누가 모조리 훔쳐가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자리를 비우더라도 가방도 놓고 다녔는데 이 사건 이후로 다른 사람을 경계하게 되고 내 물건은 꼭 지니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내 것이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이 사건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난 정직함이라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사람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에서 저자는 '솔직함'의 힘으로 여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특히 '가족' 처럼 집단선이 있는 집단에서는 솔직하게 말하면 집단의 구성원들 간 유대감과 친사회적 수치심을 통해 더욱 좋은 방향으로 중독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집에서는 누구나 실수를 해도 영원히 비난받거나 버림받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가족으로서 함께 확인했다.

 

 


 

도파민이 넘쳐나는 시대라 중독 또한 넘쳐나는 시대다. 그렇기에 요즘 시대에서는 각종 비용과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까지 큰 것 같다. (현대 사회가 살기 힘들다고 하는 이유…ㅠ_ㅠ)

특히 내가 내 행동을 주체할 수 없는 고통도 크지만,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편가르기도 심해지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어 발생하는 고립감과 소외감에서 오는 고통도 큰 것 같다. 최근 현대 사회에서 많이 나타나는 우울증이라는 질병, 묻지마 범죄도 서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개인이 할 수 있는 절제를 최대한 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이를테면, 나는  정제 탄수화물을 절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이 중독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고민을 내가 믿을 수 있는 집단에서 서로 나눌 수 있다면 더 이상은 이게 나만 갖고 있는 고민이 아님을 인지하고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엔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탄수화물을 줄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눴고 좋은 꿀팁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도 좋은 건강 정보를 찾아보면서 보다 빠르게 나의 건강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젠 정제 탄수화물을 먹지 않아도 금단증상이 심하진 않다(ㅎㅎ). 중독 상황을 그냥 회피하기보다는, 이렇게 보다 주체적으로 나의 삶에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려고 한다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제 탄수화물의 대표주자, 빵 (출처 @patisserie_cremiel)

 

이제 나는 건강에 관심 없이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먹고 관리하지 않던 이전 시절이 잘 생각도 나지 않고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겪어보지 않으면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이다. 내가 운동하고, 간헐적 단식을 하고, 탄수화물을 의도적으로 덜 먹는 것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 미래의 내가 더 좋아지리란 보장이 없는데? 그 이유는 내가 믿었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더 삶이 좋아질 거라는 걸, 미리 경험해 본 사람들이 말해 주었고, 그것을 난 믿었다. 그리고 믿는 대로 되었다.

 

중독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고민을 언어의 형태로 풀어내보고(말로 하든, 글로 써 보든)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해보자. 분명히 당신의 삶은 이전보다 나아질 테니.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 노력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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